최근 포토로그


(독서 중)모비 딕 독서록



멜빌, 모비 딕(김석희), 2010, pp.298-300. 

[에이해브]

고독한 야수의 무시무시한 울부짖음이 배 전체에 울려 퍼지고, 에이해브는 마치 불붙은 침대에서 뛰쳐나오듯 두 눈을 번득이며 선실에서 뛰쳐 나온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에이해브가 지닌 잠재적 약점의 징후도 아니고 자신의 결심에 대한 두려움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결의의 치열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표시일 것이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에이해브, 흰 고래를 철저하고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냥꾼으로 계획적이고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에이해브, 해도를 검토한 뒤 침대에 들어가는 에이해브는 공포에 질려 침대에서 도망쳐 나오는 에이해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에이해브를 침대에서 도망치게 한 것은 그에게 내재하는 영원한 생명 원칙, 즉 영혼이었다. 그것은 보통 때에는 그의 인격을 형성하는 정신에 실려 다니면서 그 도구나 매개체로 이용되지만, 잠자고 있을 때에는 그 정신에서 잠시 떨어져 나온다. 에이해브가 밤중에 침대에서 도망쳐 나온 것은 이성이 이제 더 이상 합일체가 아닌 광적인 것과의 접촉을 자발적으로 회피한 결과다. 그러나 정신이라는 것은 영혼과 결부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에이해브의 경우에는 자신의 온갖 상념과 상상을 오직 한 가지의 숭고한 목적에 바쳤고, 그 목적은 자신의 완고한 의지로 신과 악마에게 거역함으로써 일종의 독불장군처럼 독립적인 존재물이 되었다. 아니, 그 목적은 그것이 원래 결부되어 있는 평범한 생명력이 초대받지 않은 사생아의 탄생에 놀라서 도망친 뒤에도 계속 살아서 불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해브처럼 보이는 어떤 존재가 선장실에서 뛰쳐나왔을 때, 그 육체의 눈에서 번득이는 고통의 정신은 그때 이미 알맹이 없는 껍데기, 형체 없는 몽유병적 존재였다. 물론 한 줄기 생명의 빛이기는 했지만, 그 본래의 색을 발생시킬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허무 그 자체였다. 늙은이여, 하느님이 당신을 도와주실 거요. 당신의 생각이 당신 안에 또 하나의 생명체를 창조했고. 자신의 치열한 생각 때문에 스스로 프로메테우스가 된 인간, 당신의 심장을 영원히 쪼아 먹는 독수리, 그 독수리야말로 당신이 창조한 생명체인 것이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AdS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