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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편집자, 어떻게 일할 것인가 편집자 되기



1월 22일 ‘편집자 되는 법’ 출판기념 행사, 편집자 집담회 발제문: 

편집자, 어떻게 일할 것인가

(1)출판이 사회의 거대 담론을 주도할 수 있으려면 사람이 커야 한다
‘편집자 되는 법’은 편집자라는 ‘업’에 들어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초년의 편집자들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소재를 단편적으로 다루었습니다만 궁극적으로 에디터십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편집자 한 사람이 제대로 일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4~5년은 일해야 편집자다.” 그만한 연차는 되어야 자기 업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 연차에 다다르기까지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단행본을 책임편집 하는 것이야 입사 첫해부터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판을 깔고 운영할 만한 안목과 실행력은 개인의 실력만으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출판 편집자로 성장하기가 갈수록 팍팍합니다. 20대나 30대 초반쯤 업에 등장해서 한 10년 열심히 일하고 나면 이제 베테랑으로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그 수가 대폭 줄어든답니다. 쉽게 말해 한창 일할 시기에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죠.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한 후배들은 지난날 극복되었을지도 모를 과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요. 이 사태는 결국 산업 전반의 문제로 귀결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장 일터를 잃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게 어딘데, 설자리가 없다니요? 크게 따지면 업계 사정이 어렵기 때문이죠. 독자는 줄고 원가는 늘고 유통구조는 개선되기 어렵고 눈앞의 사정이 엄혹하니 미래 전략을 세울 여력은 부족하고…… 그런 가운데서 (자료에 따르면) 임금은 적고, 일은 너무 많고, 자기 궤도를 찾아 전망을 세우기 쉽지 않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빈약한 상황에서 권한 없이 책임만 강조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해내고 감당하겠다고 애쓰면서 일하다가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업을 떠납니다.
실력 있는 편집자가 업계를 떠나는 것도 능력 있는 청년들이 일을 시작한 뒤 실력을 키우지 못하는 것도 업계로서는 큰 손실이지요. 원론적으로 얘기해보죠. 출판은 책을 펴내는 행위입니다.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편집자가 일할 수 있어야 출판도 가능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책’은 장기적으로 보아 어불성설입니다. 좋은 책이 대중적으로 읽힌다면 좋겠지만 출판은 대중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해서 대중이 모일 판을 기획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편집자라면 편집자를 일하게 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은 그래서 출판의 우선 과제입니다. 사람을, 능력 있는 편집자를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부르짖기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선 누구보다 편집자 자신이 자기 문제를 만들고 해법을 찾으며 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당사자가 먼저 자신의 문제를 말하고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지요. 그러지 않고서 회사가, 업계가, 국가가 나서서 사정이 나아지도록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허공을 향해 해법을 구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일 것입니다.

(2)담론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으며, 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편집자란 무엇인가
사실 ‘편집자 되는 법’은 역설적인 제목입니다. 이 책은 편집자 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이는 제가 아니고 지금 거기서 일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답을 모릅니다. 아니 그보다, 흔들리는 세계의 변방에서 문제를 찾는 중입니다. 눈높이를 조정하여 우리가 어디에 발 디디고 있는지, 바탕에 깔린 전제를 확인하자고 했을 뿐입니다. 책 한 권을 만드는 것이 반복되어 경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만 열심히 만들어내다 보면 ‘편집자’로 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엄혹한 환경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남아야 편집자가 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세계가 지속되지 못한다면 일하는 사람도 거기서 지속될 수 없을 것이기에 적어도 자신이 직접 몸담고 일하는 과정에서부터 좀더 멀리 보고 본질적인 것을 궁구해서 원칙을 갖고 흔들리는 세계에서 살아남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능력 있는 편집자들이 떠나지 않고 살아남아야 출판도 세상에 힘 있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이 세계에 관한 편집자의 담론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이 무엇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거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편집자 되는 법은 무엇일까요?

(3)실태: 편집자는 이직한다, ‘호모 이직(移職)쿠스’
10년쯤 진득하게 일해야 역량 있고 영향력 있는 편집자가 될 수 있을 터인데, 그쯤 되면 업을 접고 떠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나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단번에 타개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일에다 코를 박고’ 좋은 책을 만들기만 해서는 앞날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쨌든 편집자의 진로는 편집자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회사가 장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편집자가 일하려면 출판사에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편집자 스스로 ‘일하기 좋은’ 출판사를 찾아가서 자기 자리를 보장받도록 일해야 경력이 쌓일수록 경력에 맞는 책임을 부여받고 능력을 확장해갈 수 있을 겁니다.

- 사업장 규모: 진흥원의 2016년 실태 조사 자료(교과서, 학습 참고서, 학습지, 아동 도서 제외한 일반 단행본 출판사와 학술/전문서 출판사만)에서는 종사자 수가 한두 명인 출판사가 전체 3018개 가운데 1635개 즉, 54퍼센트이며, 4명 이내인 다섯 명이 안 되는 출판사가 74퍼센트입니다. 종사자 수가 10명 이상인 곳은 전체 출판사업체(교과서, 학습 참고서, 학습지, 아동 도서 등 포함)의 12.5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15년에 낸 보도 자료에 따르면 그해 납본 출판사는 2855개였습니다. 그 가운데 다섯 종 이하를 발행한 출판사가 1465개사로 51.3퍼센트 등 납본 출판사의 81.3퍼센트가 한 해 스무 종 이하를 발행했습니다. 적게 잡아 한명의 편집자가 연간 다섯 종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면, 편집자가 한 명인 1인 출판사가 절반, 4명 이내인 곳이 80퍼센트라는 말입니다. 

- 이직: 여러 데이터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근속 연수 3년, 실무 정년 마흔.” 구글 독스로 실시한 2015 출판 노조 조사(응답자 501명)에서는 현재 근속 기간이 평균 3.1년이었습니다. 3년 미만이 53.8퍼센트였고, 5~9년 차에서도 1년 이상 3년 미만인 경우가 34.4퍼센트나 되었습니다. 5년 이상 근속자는 20.2퍼센트입니다. 또 진흥원의 2016년 하반기 조사에서 40대 이상 종사자는 전체의 18.2퍼센트로 집계됩니다. 30대 전반이 29.4퍼센트, 30대 후반이 26퍼센트죠(55.4퍼센트가 30대). 20대는 26.4퍼센트. 2015 노조 조사에서는 40대가 6.4퍼센트였습니다. 20대가 35.3퍼센트, 30대가 58.3퍼센트. 마흔 이후인 종사자 수는 현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편집자 자신의 경력과 관련해서 본다면 30대에 약진하되, 마흔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회사로서는 실력 있는 경력 편집자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결합해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인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해답을 고안할 수 있는 질문은 무엇입니까?

출판은 곧 광의의 편집입니다. 편집은 출판의 핵심입니다. 편집자가 일해야 출판이 삽니다. 일하는 편집자는 일에 당당해야 합니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편집자가 “자신이 만든 책으로 발언한다”라는 말은 현재에도 유용하지만, 현실은 거대한 혼돈입니다. 큰그림을 살피고 일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는커녕 하나하나 헤쳐 나가기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이지요. 자신이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지, 만들었는지, 만들게 될지를 제대로 모르는 것은 아닐까요? 책만 열심히 만들면서 세상을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신이 속한 세계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 편집자의 말이 필요합니다. 누구 한 사람이 주도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201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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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에 썼다가 너무 많은 말을 한다 싶어 발제할 때 빠뜨렸는데, 이 말을 덧붙이고 싶었었다.

추신: [리더가 되십시오.] 연차가 높아질수록 책임과 권한 범위를 넓히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사람을 만들 수 있고 팀도 스스로도 성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책임과 권한을 회피하지 마세요. 연차가 높아질수록 역할과 책임의 범주를 스스로 넓혀가야 설자리가 만들어집니다. 팀장, 좌장, 회장, ... 우리는 누군가 깔아둔 판 위에 숟가락을 얹고 일을 시작하지요. 차차 판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http://nahn.egloos.com/3185246 (시사인 596호, 임지영 기자, 출판 편집자, 그대는 ‘호모 이직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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