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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라우리, 『화산 아래서』(Under the Volcano, 1936-1944) 독서록



맬컴 라우리(Malcolm Lowry, 1909-1957),

화산 아래서(Under the Volcano, 1936-1944), 권수미 옮김, 문학과지성사(대산세계문학총서 107), 2011.


정말 재미없는 소설이었다. 구조도 익숙한 유형이 아니었다. 인물도 당최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탄생지(소설의, 또는 작가의)의 역사문화적 코드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향이 반길 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래도 작품의 명망에 기대어 모든 활자를 읽어냈는데, 그 많은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던 까닭을 알 것도 같았다. 완독한 셈이지만 세심하게 소설 속의 내적 요소들과 소설 바깥의 여러 맥락들까지 동원해서 내 스스로 최대한 읽어내는 것을 100이라 본다면 35쯤, 프랑스의 저 위대한 평자가 읽어냈을 것을 100이라 친다면 17쯤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번역어로 읽은 것이기도 하니까..). 다시 읽고 싶지 않다. 내 독서는 이로써 완결이다. 이렇게도 소설이구나, 깨달음이 있었다. 그러나 한번 그렇게 써보고는 싶었다.(2016.11.29.)


*안식
"아디오스" 그녀(*세뇨라 그레고리오)가 스페인어로 말했다. "내겐 집이 없다네. 오직 그늘만 있다네. 그러나 그대가 그늘을 필요로 한다면 내 그늘은 그대 것이라네."(337)

*용서
설사 자신이 원한다 할지라도 다시 이본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중략) 이제 많은 해결책들이 거대한 만리장성을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그 해결책 중의 하나는 용서였다. 영사는 이상한 안도의 느낌, 마치 무언가를 달성한 듯한 느낌에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이제 마음이 분명하게 정리되고 몸도 더 나아진 듯했다. 마치 극도의 혼란을 벗어나 다시 힘을 얻은 것과도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아직 남아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 같았다. 동시에 섬뜩하면서도 유쾌한 기분이 스멀스멀 몸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듯했고, (510-511)

*고독
아, 이본이, 마치 자신을 이해하고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딸처럼, 바로 이 순간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마치 일요일 오후 인디언 아이들이 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것처럼, 이본이 취한 자신의 손을 잡고, 도중에 이따금 자신이 술 마시는 것을 개의치 않고 -- 아, 고독 속에 들이켜는 한 잔, 어디를 가든 영사는 그것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것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 자갈밭과 숲을 지나 집으로 이끌어준다면...... (520)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독재... 신이 사라진 시대, 세계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일렁이며 20대 후반의 지성이 선택한 시대의 자화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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