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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그 많던 편집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편집자 되기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편집자 매뉴얼 14 - 격주간 <기획회의> 424호

그 많던 편집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9월 초, 서울출판예비학교가 과정 후반부를 맞이하여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나로서는 2012년부터 편집자 과정을 담임하여 올해 다섯 번째 기수를 지켜보는 중이다. 여섯 달 과정을 시작한 지 어느덧 다섯 달째가 된 이번 기수까지 하면 연인원 백이십 명이 출판계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담임한 첫 해에 함께했던 이들이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고, 돌이켜보니 나는 어쩔 도리 없이 담임한 첫 기수부터 지난 11기까지 업계에 뿌리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지켜볼 뿐 사실은 속수무책이라, 가끔은 슬럼프도 겪는다.

경력 편집자를 찾는 문의가 잦다. 경력자를 찾기 어렵다고들 한다. 한두 해를 찾다가 예비학교 과정을 마친 분들을 면접하는 예도 많다. 2~3년 차, 6~10년 차를 찾는다. 쉽지 않다. 5년 전, 백수십 명이 근무 중이던 한 대형 출판사는 한두 해 전에 칠십여 명으로 규모가 줄었다고 했고, 그 중 마흔을 넘은 종사자가 한 명뿐이었다. 저녁 시간에 진행되는 재직자를 위한 교정 강의는 그간 주로 2~3년 차에게 호응을 얻었는데, 올 봄에 수강하러 오신 분들 가운데는 1년 차, 5개월, 6개월 되신 분들이 많았다. 책임 편집을 하신다고 했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출판사가 있지만 드물다.


출판 편집자, 어디서 어떻게들 사십니까?

출판 편집자, 몇 명이나 될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행한 『2015 출판산업 실태조사 ― 2014년 기준』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된 출판사 명부 등의 5만여 개 명목상 출판사 가운데서 2014년 기준으로 매출실적이 있는 사업체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일반단행본 출판 종사자 수는 8218명(1876개사), 학술/전문서 출판 종사자 수는 2809명(1001개사), 아동서 출판 종사자 수는 1137명(240개사)이다. 전체 모집단 3563개 사업체 가운데서 교과서 및 학습 참고서(260개사, 6617명), 학습지(158개사, 8259명), 전집(28개사, 2539명) 부문을 제외하고 3117개사에서 1만 2천여 명 수준. 이 가운데서 편집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을 절반보다 많다고 보면 8000명가량? 지속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편집자의 수를 포함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들은 어디에서 일하는가? 올해 3월에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출협을 거쳐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한 출판사 수는 2855개사(2014년 2895개사)였고, 연간 20종 이하의 도서를 낸 출판사가 2322개사(2014년 2360개사)로 81.3퍼센트를 차지했다. 전체의 51.3퍼센트를 차지하는 1465개사에서 5종 이하를 출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수만으로 추산해볼 뿐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편집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한두 명 이내(없을 수도 있다)인 소규모 업체일 것이다. 연간 6종 이상을 내는 출판사가 1390개사, 연간 21종 이상을 내는 출판사가 533개사였다. 자, 그렇다면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출판사 직장의 개수는 몇이나 되는가? 이 글을 읽는 편집자 당신이 일하시는 출판사에서는 지난 한 해 몇 종이나 출판했는가? 편집부에는 몇 분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가? 장기 근속자의 근무 연수는 얼마나 되는가? 주간, 편집장, 팀장의 평균 근속 연수는? 대리 직급 이하에서는 어떤가?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있는가? 10년 차는? 5년 차는? 3년 차 미만은?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6년 1억 1300만 부였던 총 발행부수가, 10년 후인 2015년 8500만 부로 25퍼센트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10년 사이 발행종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2006년 4만 5521종, 2015년 4만 5213종이다. 차가 1퍼센트 미만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의 수에는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 종수가 비슷하다면 만드는 사람의 수도 얼추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발행부수가 25퍼센트 줄어들었다면 매출에도 거의 그만한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책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임금 수준이 내려갔을까? 고용 구조가 불안정해졌을까? 그래서 퇴직자도, 창업자도, 외주 편집자도 많아졌을까?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동조합협의회가 발행한 『2015 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 — 2014년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에 따르면, 구글독스로 제시한 설문에 응한 재직자(편집/기획, 디자인, 영업/마케팅, 기타) 유효표본 501명은 20대가 35.3퍼센트(177명), 30대가 58.3퍼센트(292명), 40대가 6.4퍼센트(32명)로 분포되어 있다. 20~30대의 비중이 93.6퍼센트로 압도적이다. 전체적으로 4년 차 이하의 경력자가 223명(44.5%)으로 상당수를 차지했고, 5~7년 차가 25퍼센트(125명), 8~10년 차가 16.6퍼센트(83명). 근속 연수를 묻는 질문에서 213명(42.5%)이 ‘1년 이상 3년 미만’이라고 대답했다. 경력 5~9년 차에서도 여전히 재직 기간 ‘1년 이상 3년 미만’이 34.4퍼센트(183명 중 63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당신은 출판계의 잦은 이직과 고용 불안을 나타내는 이러한 수치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가? 노동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조합원들의 설문 참여가 다소 높았다(16.8%)는 점을 감안한다면 보고서의 수치는 더 유효하다.


그 많던 편집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이번 글의 주제로 받은 것은 “왜 우리 출판계에는 은둔형 편집자가 많을까요?”였다. 우리 출판계에 그렇다니, 홀로 답할 수 없기도 해서 주변의 편집장들께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당신은 은둔형 편집자입니까?” 답이 돌아왔다. “나도 은둔형이기는 하다”부터 “편집자는 자기가 만든 책으로 말하는 것 아닌가?”, “‘은둔’이라는 표현은 이상하다”, “편집자들이 출판계의 이슈 등 사회적 문제에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등등……. ‘은둔’이라는 표현에는 묘하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우리 사회의 편집자 일반을 보는 시각이 내재해 있다. 왜 ‘활동’하지 않는가? 왜 숨어 있는가? 왜 심산거처로 달아나는가? 그러다 종국에 이르게 한 한마디는 “고용 불안정이 문제 아닌가?”였다. 쇠약해 가는 업종의 토대 문제.

“출판계가 일하는 사람들을 좀 아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나로서는 여섯 달을 매일같이 함께 보낸 ‘예비 편집자’들이 신입 편집자가 되어 좌로 우로 흔들거리며 현실에 뿌리 뻗으며 시간 속을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세세한 부분에서 더 안타까웠을 것이다. 주변의 사례도 눈에 잘 들어왔다. 힘들고 지쳐서들 사직한다. 이직할 곳도 정하지 않은 채, 힘들고 지쳐서들. 사람들 사이의 소통 문제로, 부당한 대우 문제로, 뭔가 삶에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서, 대표의 경영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서, 건강이 나빠져서……. 그러다 돌아오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길어지면 재취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4년이고 5년이고 일한 뒤에야 비로소 책임 있는 한 사람 몫을 밀고 나갈 수 있게 될 터인데 무작정이다. ‘저분은 차라리 다른 분야에서 일했으면 나았을까?’, ‘아, 회사가 일하는 사람에게 좀 더 잘해 줄 수 없을까?’ 하지만 이런 답도 왔다. “회사의 매출 압박은 어쩌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견뎌야 할 것들도 많다!”, “일하던 사람은 떠나면 그만이다(책임은 내가 남아서 진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출판계가 일하는 사람들을 좀 아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나는 그 ‘출판계’가 아닌 곳에 섰던 것이다. 누구의 문제인가? 누가 책임지는가? ‘저들’의 일이고 내 일이 아니란 말인가?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안 팔린다, 매출이 낮아진다, 고용이 불안정해진다. 임금은 낮고, 업무시간은 길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널리 세상에 나아가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며 자기 발전과 전문성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 경력이 쌓이는 만큼 더 넓어지는 시야로, 새로운 지적 탐험을, 더 많은 유효 자본을 활용하여, 더 유의미하고 힘 있는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금? 누가? 3년 전에, 5년 전에, 10년 전에 책을 만들던 그 사람은, 편집자였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갔는가? 힘들고 지쳐서 떠났다가 어째서 다시 돌아오지 아니하는가?

업계에서는 경력 편집자를 찾는 목소리만 있고, 힘들고 지쳤던 이들이 경계 밖으로 나서는 사태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외주 편집자’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고용’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출판계’가 왜 일하는 사람들을 아끼지 않느냐고? 당신은 ‘출판계’가 아닌가? 매출 감소로 다수가 해고된 사태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해고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부당한 대우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수용하지 않고, 다른 회사로 조용히 ‘은둔’해 버리지 않고 제 이름을 걸고 맞섰던 사람들, 교묘한 가부장적 권력에 대항하려 했던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당신은 ‘책 바깥에서도’ 발언하는가? 편집자가 발언하는가? 사회에서, 회사에서? 이렇게 묻고 싶다, 편집자 당신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느냐고! 사용자와 각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자기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서.

2~3년 차, 4~7년 차 경력 편집자의 공동화가 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필요할 때 다급하게 찾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신입서부터 경력 관리를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함께 궁구했으면 한다. 서울북인스티튜트 같은 교육기관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들의 규모가 작고 이직률이 높아 ‘사수’들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범출판계의 ‘직능군’에서 할 일을 찾는 것은 어떤가? 새로 낸 책의 좋은 기획을 알아봐 주고, 자기 부문의 성과나 실패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편집 후기를 쓰고 공유하는 건? 성희롱, 고용 불안정 같은 노동 문제의 현황이나 대처법에 대해 말해 보는 건? 소규모의 팀장 학교, 편집장 학교를 상설화하는 건? 온라인 포럼은 어떤가? 소규모의 직능 세미나는? ‘그들’이 아니고, 바로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유대’와 같은 헐거운 연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다.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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