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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통(1928), 『나자Nadja』 읽기: “왜, 내가,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 독서록



초현실주의 사조의 핵심적 이론가, 앙드레 브르통의 실험적 작품 <나자>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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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르통(1928), 나자Nadja(오생근 옮김), 민음사(세계문학전집 185), 2008.

 

, 내가,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

 

이십팔 세의 앙드레 브르통, “가능한 한 정신의 자기 집중에 적합한 장소에 자리를 잡은 뒤에, 글 쓰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게 하라. 될 수 있는 대로 가장 수용적인 상태에 자신을 가져다 놓으라. 당신의 천분, 당신의 재능이건 다른 사람의 재능이건 재능이라는 생각을 뽑아 버리라. 문학이란 가장 허술한 길이면서 모든 것에 이르는 길 가운데 하나임을 부디 명심하라. 미리 생각해 놓은 주제 없이 재빨리,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도록,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재빨리 쓰라. 첫 문장은 저 혼자 오게 마련인데, ……”.

_ 초현실주의 선언중에서 초현실주의적 마술의 비결: 초현실주의적 작문법 또는 한달음에 써서 한달음에 끝내기’(브르통 1924-1953: 95)

 

첫 문장은 저 혼자 오게 마련인데,”

나는 누구인가?” 나자Nadja의 첫 문장은 이렇게 썼다.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은 기념비적인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고 동인지 초현실주의 혁명La Révolution Surréaliste을 발간한 1924년으로부터 이태 뒤 104일에, ‘나자를 만난다. 그리고 11월 말에 열린 초현실주의 그룹의 회합에서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가 탈퇴하고, 1917년에 만나, 함께 동인지 리테라튀르Littérature를 만들고 다다 운동에 참여하고 초현실주의 그룹을 결성했던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1897~1982)과 필리프 수포(Philippe Soupault, 1897~1990. 브르통과 최초의 자동기술법작품 자장(磁場)Les Champs magnetiques(1921)을 썼던)와도 결별한다. 나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나자가 정신병원에 유폐되고 그 자신은 공산당에 가입했다가 갈등을 겪고 멀어지게 된 1927.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이때에 저 혼자왔을 것이다.

브르통은 이런 질문은 모두 왜 내가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아는 것으로 귀착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한다. ‘사로잡힌다는 말, “어떤 존재들과 나 사이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이하고 더 필연적이고 더 불안하게 만드는 관계를 맺게 하여 나를 혼란스럽게하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유령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또한 내가 현재의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암시한다라고 하였다.(11) “내게 유일하고도 실천적으로 확실한 영감을 주는 저 위대한 무의식의 생생한 목소리만이 언제까지나 나의 모든 자아를 좌지우지하기 바란다”(158-159)라고 하였던 브르통은, 가장 생생한 무의식의 목소리를 나자를 통해서 들었던 것일까. “밤에, 숲속에서, 벌거벗고 있는 어떤 예쁜 여인을 만났으면 하고 늘 간절히 바랐(42) 브르통은 나자정해 놓은 순서 없이, 떠오르는 것을 떠오르게 내버려 두는 시간의 우연에 따라”(22) 이야기한다.

 

초현실주의의 변증법적 세계 전망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실제와 꿈의, 잠듦과 깨어 있음의, 의식과 무의식의 모순이 초극되고, 과학과 비의주의의, 감추어진 것과 드러난 것의, 믿음과 회의의 대립이 해소되는 어떤 정신의 한 점은 현실이 역사적으로 질변하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사물과 인간이, 사물과 사물이, 인간과 인간이 서로 조응하고 교통하여 그윽한 통합을 향해 도약하는 순간이다. 브르통은 그 계기의 가장 확실한 실마리를 사랑과 유희에서 발견한다. 브르통은 은비(隱祕, occultation)와 관련된 예의 긴 각주에서 한 인간 존재의 영혼과 육체 (중략) 안에 들어 있는 우리의 진실에 대한 피할 수 없는 경의에 기초하여 그 존재에 전적으로”(브르통 1924-1953: 194) 헌신하는 것이라는 말로 사랑을 정의한다. 그에게 사랑은 타락한 세상의 경계에서 진실을 실천하는 모든 사유의 이상적 은비의 장소”(브르통 1924-1953: 195)이며, “정신의 구원과 상실에 대한 집념이 인간의 지고한 교화와 융합하는”(브르통 1924-1953: 194) 모든 통합의 원동력이다. _ 황현산(브르통 1924-1953: 37-38)

 

삼십 세의 앙드레 브르통, [1]104일에 그야말로 할 일이 없고 매우 침울한 오후가 계속되던 날들 가운데 어느 저녁 시간에라파예트 가를 서성대는데, 위마니테 서점 진열장 앞에 몇 분간 서 있다가, 트로츠키의 신작을 사고 목적지도 없이 오페라 극장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걸으며, 별 생각 없이, 사람들의 얼굴과 옷차림, 태도를 관찰하였다.(63) 나자, 교차로 건너 성당 앞에서 매우 초라한 옷차림으로 열 걸음쯤 앞에서 마주 오고 있을 때에. 금발머리에 어울리지 않게도 눈까풀이 조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가를 아주 검게 칠한,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을 보자, 브르통은 주저 없이 말을 걸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는데, 너무나 신비스럽고, 마치 자초지종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 눈 속을 스쳐가는 범상치 않은 빛, 어두운 고통의 빛과 밝은 자부심의 빛이 동시에 비치다니. 매혹의 순간.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나는 방황하는 영혼이에요.”(73) [2]105, 라파예트와 푸아소니에 거리의 모퉁이에 있는 술집, 검은색과 빨간색 옷, 실크 스타킹에 구두, 완벽한 옷차림. “나는 우리 집 문 앞에서 그녀와 헤어졌다.”(76) [3]106, 약속은 5시 반, 라 누벨 프랑스.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으려 했다.” (마담 사코, 연초에 말하길, “엘렌Hélène이라는 이름의 여자 나자, “엘렌이, 바로 나예요에게 사로잡혀 지낼 것이다”.) 입맞춤, 용해되는 물고기의 배경인 도핀 광장으로 가서, “호젓하게 있기 위해서 와인 바의 바깥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처음으로 나자는, 아주 바람기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였다.” 센 강, 콩시에르주리, 경찰서, 다리를 건너 루브르를 향해 걷다가 보들레르의 시 한 수(“위협이 있는 곳에서의 입맞춤”), 튈르리 공원을 지나, 생토노레 길의 한 술집에 들어갔다가 나옴. [4]107, 두통. 약속 장소는 누벨 프랑스’. “내가 나자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그녀를 계속 만난다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91) 아내와 한 여자 친구와 외출. “우리는 점심식사 때 나누었던 나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생조르주 거리 입구, 행인들에게 눈길을 전혀 주지 않았는데도, “나자가 막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나자였다.” “돈을 보내 주겠다고 말하자, 그녀의 모든 근심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나는 다시 한 번 가벼운 마음과 열정이 근사하게 뒤섞이는 기분을 느꼈다. 정중하게 그녀의 아주 예쁜 이에 키스하자,” “어떤 성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94) [5]108, (아라공의 편지.) 누벨 프랑스로 가서 나자를 헛되이 기다렸다. 나자가 내 앞에서 사라질까 봐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96) 그녀가 묵는 호텔에 메모를 남기다. [6]109, “내가 없을 때 나자가 전화를 했다.” 어제 약속은 약속 장소를 잘못 알았기 때문에. “나는 나자에게 돈을 건네 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걸인에게서 엽서를 사다.(97) [7]1010, 말라케 부두의 들라보르드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그녀는 어디에 가든 늘 남자들, 특히 흑인 남자들이 그녀에게 말을 건네러 다가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마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100) “당신은 나에 대한 소설을 쓰겠지요. 난 그걸 확신해요.”(101-102) 나자는 전날 밤, 마담 오브리 아브리바르의 명함을 받았다고. “나는 그녀가 떨고 있는 것을, 글자 그대로 나뭇잎 떨듯이떨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두려움을 느꼈다.”(104) [8]1011, 폴 엘뤼아르가 명함에 있는 주소로 찾아가다. “그녀가 식당 문 앞에 있는 메뉴판을 읽고 어떤 음식 이름을 가지고 말장난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났다.”(106) [9]1012, 나자 얘기를 한 적이 있는 막스 에른스트에게 나자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부탁하면 청을 들어 줄까?” “팔레 르와얄 공원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난 후, 그녀의 몽상은 점점 신화적인 성격을 띠었는데,” “나는 기분전환을 위해 파리를 떠나자고 제안했다.” 생라자르역에서 베지네로. 기차에서 한 남자가 역을 떠나기 전에 나자에게 키스를 보냈다. 두 번째 사람도, 세 번째 사람도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나자는 이런 유의 찬사를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중략) 얼굴을 감추는 모습은 얼마나 우아했는지!”(110)

나는 나자를 만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어떤 주술적인 힘에 일시적으로 붙들려 있을 수는 있지만 내 영혼만은 어느 것에도 예속될 수는 없는 바람의 정령들처럼 자유로웠다.”(111-113) “그녀에게 나는 스핑크스의 발밑에서 급사한 사람처럼 어둡고 차가운 모습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나는 아침에 그녀의 고사리 모양의 눈이, 거대한 희망의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와 공포를 자아내는 또 다른 소리들이 거의 구별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열리는 것을 보았고, 그때 비로소 내가 그런 세계에는 눈을 감고만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113) “진정한 나자는 누구인가? (중략) 어떤 고고학자와 함께 퐁텐블로 숲을 헤매고 다녔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진정한 나자일까? (중략) 위대한 몽상에 깊숙이 뛰어든 모든 인간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자일까? (중략) 가장 가련하고 자기 방어 능력이 없기에 그녀를 만만하게 본 사람들 때문에 때때로 허물어지고 마는 사람이 나자일까?” [10]1013일 오후, “나의 마음은 그녀에게서 영원히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절대로 회복 불가능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다고 생각될 만큼 오랫동안 울었다. 나자를 더 이상 만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그녀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울었다.”

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나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138) “나는 얼마나 여러 번 그녀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던가?” “내가 어떤 욕망을 가졌거나 어떤 환상을 품었다고 할지라도, 나는 어쩌면 그녀가 제시한 높이에 이를 만한 사람이 못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제시한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건 상관없다. 사랑이란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의미의 사랑만이 그러니까 불가사의하고, 있음직 하지 않고, 유일한 것이고, 당황스러운 것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조금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진실들보다 훨씬 더 큰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 역설들이 있는 법이다. (중략) 어쨌든 내가 내 자신을 향해, 아주 멀리서부터 나 자신을 만나려고 온 사람을 향해 누구인가?’라는 언제나 비장한 외침을 스스로 던질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설 덕분이다. “누구인가?” “나자, 당신인가?” (중략) 모든 미래의 세계가 우리의 삶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인가? (중략) 누구인가? 나 혼자뿐인가? 이게 나 자신인가?”

 

브르통은 여성성에 미학적 윤리적으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일관되게 일부일처제를 주장하였으나, (중략) 선언이 발표된 해인 1924년부터 브르통과 그의 부인 시몬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1926년에는 소설 나자의 주인공이 되는 나자가 그의 창작에 육체를 마련해 주는 한편에서, 그가 장갑을 낀 여인이라 불렀던 리즈 드아름이 그를 매혹하였고, 1927년에는 쉬잔 뮈자르가 그의 삶에 끼어들었다. 그는 192910비천한 삶에 멋진 사랑이 승리한다고 믿는가, 멋진 사랑에 비천한 삶이 승리한다고 믿는가?”라는 평범하면서도 시사적인 질문을 친구들에게 던졌다. _ 황현산(브르통 1924-1953: 29)

 

그는, ,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었을까?

 

참고문헌 앙드레 브르통(1924-1953), 초현실주의 선언(황현산 번역주석해설), 미메시스, 2012.

 

201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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