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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편집자에게 드리는 말(20151030+) 편집자 되기



출판학교 졸업식 때 매번 하던 말을 정리해서 지지난해에 첫 버전을 만들었고, 그것을 지난해에 업그레이드해서 나눈 것이다. 세상은 생각과 다를 것이므로, 겪어본 뒤에야 겪은 일들을 이해하는 법이므로, 첫 2년을, 첫 5년을 '사람 사이에서' '일하며' 지낸 뒤에야 10년 후, 20년 후를 꿈꾸어볼 수 있을 것이므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이제 막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거나 시작한 지 오래지 않은 청년들이, 혹은 그들을 갓 맞은 선배 편집자가 한번쯤 읽어주시면 좋겠다.





이제, 편집자로 일하려는 그대들에게

― 기본과 원칙을 생각하며 사람과 시간 속에서 무르익는 편집자가 되시길.


0. 첫 2년, 디딜 자리를 살펴라. ‘판’을 읽어라.

1. ‘사회’라는 낯선 사회: “나는 학교를 떠났다.”
2. 뿌리 내리기: 견뎌라. ‘업계’에 ‘연착륙’1)하자. 첫 회사, 최소 2년이다.
3. 첫 1년, 5년 후를 생각해라.
4. 배운 것을 잊어라: 로마에서는 로마식으로. 배운 것은 배어 있다.
5. 태도가 중요하다. 능력보다.
6. 초기에는 연봉보다 ‘일’과 ‘사람’을. 지켜라.
7. 법이 나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8. 감정을 관리해라: 다치지 마라. 상처 받지 마라. 상처를 감당하는 건 나 자신.
  ‘호’(好), ‘불호’(不好)는 마음속에 두어라. 감정으로 일하면 내가 불리하다.
  상대의 ‘감정’을 걷고 거기 숨긴 ‘의사’를 파악해라.

9. 세상은 내게 맞춰져 있지 않다. 내가 세상에 맞출 수밖에.
10. 아웃사이더2)가 인정받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1.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3)
 
12. ‘요령’4)을 익혀라. 매뉴얼(지침)을 만들어라.
13. 소통 과정을 기록해라.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14. 복창하고 질문하고 보고해라.
  상사의 지시를 ‘복창’해라. 상사가 당신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확인해라. 알아도 질문하고, 묻지 않아도 보고해라.
  그가 책임자다.
15. 표현해라. 드러내지 않은 것은 아무도 모른다.
16. 서술어까지 말해라. 종결어미로 완성해라. 존대해라.
17. 진실을 확인할 때까지 넘겨짚지 마라.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18. 도광양회(韜光養晦)5): 때가 아니면 숨겨라.
19. 조급해하지 마라. 권한 없다. 결과 이전에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20.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네 몫이 아니다.
21. 문제는 원인보다 해결이 중요하다. 원인 찾기는 나중에. 변명보다 해결책, 대안.
22. 죄송해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아무 때나 쓰지 마라.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23. 지각하지 마라. 지각은 나쁘다.
24. 사표: 결정한 뒤에 끝내라. 마지막 인사를 잘해라.
25. 마흔쯤 지나서, 안 하고 싶은 것을 안 할 수 있게 되었다면 잘해온 것.
26. 첫 직장에서 행복할까? 아니, 안 행복하다.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아는 건, 오 년 후, 십 년 후, 이십 년 후……이다.

27. 편집자는 논쟁하고 주장하기보다 경청하고 판단하고 제언하는 사람. 매개자, 중재자.
28. 사람을 만나라. 편집자만 만나지 마라. 편집자를 만나라. 네 벗을 아껴라.
29. 관계의 사이에 ‘해자’6)를 두어라.
30. 상대방이 실수하지 않게 하는 것도 미덕이다.
31. 자존심7)을 잃지 마라. 품위를 잃지 마라. ‘심지’를 지켜라.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라.
32. 공부해라.
33. 재소자처(在所自處): ‘자신이 처한 곳에 달려 있다.’ 자기가 소속된 바에 따라 처신하게 마련이니, 있을 곳을 찾아라.
34. 마케팅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마라. 소비자가 아니라 ‘독자’다. 독자를 얕보지 마라.
35. 편집자는 텍스트를 ‘정확하게’ 읽으려고 하는 사람. 정치해져라.8)

36. 기본과 원칙을 기억해라. 판단이 쉬워지고 몸이 날렵해진다.
37. 책의 품격을 지켜라.
38. “거인의 어깨” 위로.

39. 건강 관리, 근력 관리. 야외활동을 해라. 햇볕을 쬐고 바른 자세로 오래 걸어라.


1.  연-착륙 (軟着陸) [연ː창뉵] 「명사」「1」『항공』비행하던 물체가 착륙할 때, 비행체나 탑승한 생명체가 손상되지 아니하도록 속도를 줄여 충격 없이 가볍게 내려앉음. ≒연착02(軟着).「참고 어휘」경착륙(硬着陸):「명사」「1」『항공』비행하던 물체가 착륙할 때, 어느 정도의 충격을 감당하면서 내려앉음.
2. 아웃사이더(outsider)「명사」「1」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
3.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추라’라는 뜻도.
4. 요령03 (要(구할/잡을 요) 領(옷깃/가장 요긴한 곳 령)) 「명사」「1」가장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골자나 줄거리. ≒영요02(領要). 「2」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묘한 이치. ¶ 논문 작성 요령/요령 있는 말솜씨/요령을 터득하다/자꾸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동네 집강들이 다투어 데려가는 바람에 연엽이는 가는 데마다 환영을 받았고 그동안 이야기하는 요령에도 미립이 나서 말솜씨도 늘었다.≪송기숙, 녹두 장군≫ 「3」적당히 해 넘기는 잔꾀. ¶ 요령을 부리다/요령을 피우다/그는 우직스럽고 충성스러웠다. 요령을 쓰거나 꾀를 부리지 않았다.≪이병주, 지리산≫
5. 韜光養晦 韜(감출 도) 光(빛 광) 養(기를 양) 晦(그믐/어두울 회)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
6. 해자01(垓子/垓字) 「명사」「1」능(陵), 원(園), 묘(墓) 따위의 경계. 「2」성 주위에 둘러 판 못. ≒굴강02(掘江)「2」ㆍ도랑못ㆍ못도랑ㆍ성호03(城壕).
7. 자존-심(自尊心) 「명사」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8. 정치-하다04(精緻--) 「형용사」정교하고 치밀하다.


덧글

  • 2016/09/28 10:5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쌍허당 2016/09/28 20:12 #

    사회생활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시기도 할 터이고요.. 두루 좋은 벗들을 자주, 많이 접하시길 바라요. 이 직업은 오래할수록 재밌어지는 일 같아요. 잘하는 일에 집중하시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soonga 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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