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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은 ‘과정’이다③ 완전원고인가? 출판물의 교정



교정은 ‘과정’이다③ 완전원고인가?


편집자가 본격적으로 편집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원고의 완성도이다. 저작자는 출판사에 ‘출판에 적합한 완전한 원고’(“저작물을 복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원고”)를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늘 그런가? 원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판면에 앉혀서 초교, 재교, 삼교 만에 인쇄 준비를 마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저자가 기획의도대로 집필하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퇴고한 ‘출판에 적합한 완전한 원고’를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최소한 일정한 수준 이하의 원고로 작업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유능한 편집자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원작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편집계획을 세울 때마다 원고를 검토한 직후, 원고의 완성도 ‘점수’를 매겨보길 권한다. 예를 들어 100점을 만점으로 하고, 책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점수를 산정한 다음(‘99점에서 88점 사이라면 A급’ 하는 식으로), 편집 과정을 거치며 보완한다는 전제로 현재 원고의 점수를 산정해보는 것이다. 40점 미만이라면 출판 불가. 이때는 재탈고를 요청하는 등 공을 재빨리 결정권자나 당사자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73점 정도라면 각각의 단계마다 편집 본연의 일에 집중하며 과정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67점이라면 편집 작업의 강도가 그보다 높아지거나 책의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다. 45점인 원고라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고 저작자가 책임질 영역까지 감당할 각오를 하거나,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여 낮은 등급으로 시장에 내놓거나. 

독자로서 실망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잘못 만들어진(또는 잘못 대우받은) 책은 심지어 독자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불완전한 원고’를 맡아야 하는 일이 잦다면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편집자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떨어진다. 편집자가 책임지지 못한 책은 독자에게도 저자에게도 편집자 자신에게도 독이 된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겠다고 하지 마시라. 원고를 장악하시라. ‘판단’하고 권한을 행사하시라.



이어서, ④ '헤아려서 바로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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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허당 별실 : 교정은 ‘과정’이다② 원고와 편집계획 2016-04-18 15:45:54 #

    ... 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는 텍스트를 감당하는 능력이다. 텍스트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편집자에게는 문해력과 더불어 문장을 다루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어서, ③ 완전원고인가? ... more

  • 쌍허당 별실 : 교정은 '과정'이다 2016-04-18 16:27:56 #

    ... 것이다. 차례는 대략 다음과 같다. (게시물은 필요할 경우, 불시에 수정될 것임.) 교정은 '과정'이다 ① 판을 읽어라② 원고와 편집계획③ 완전원고인가?④ '헤아려서 바로잡는 일'⑤ 단행본 교정의 과정⑥ 문장의 교정, 국어답게 이 글은 격주간 <기획회의>에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출판 매뉴얼'의 한 꼭 ... more

덧글

  • 가면대공 2016/07/22 11:05 # 삭제 답글

    아... 책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그것도 날짜가 2주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지어 동시에 2권의 책이 들어가고, 2권의 책에 대한 교정을 보고, 한 권의 책은 작가가 끝까지 협력을 해 주어서 잘 나왔지만 다른 하나는 작가가 초교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온 원고... 였던 1개월 전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책은 결국 나왔지만 나중에 연락해서 책에 오자가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정말 화가 났었는데, 그 화를 풀 곳이 없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미안하고, 사장님께도 죄송하고, 돈을 주고 그 책을 사게 될 독자분들께 정말 죄송하고.(참고로 그 작가는 제가 초교를 본 원고를 검토하지도 않았습니다. 자기는 안 봐도 된다고...)
  • 쌍허당 2016/07/22 21:16 #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어떤 책일까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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